동물과 通하였느냐

(동아 사이언스 2013년 5월 29일자)

 

어린이과학동아 6월 1일자 특집 '뇌공학과 동물행동학으로 여는, 동물과 소통하는 세상'

동물과 通하였느냐

어린이과학동아 | 입력 2013년 05월 29일 11:55 | 최종편집 2013년 05월 29일 17:31

 

 

강아지는 사랑스럽다. 눈빛으로 “나를 더 사랑해 줘”라고 말하는 것 같고, 따뜻한 키스로 나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내가 “손”이라고 하면 앞발을 내밀고, “앉아”라고 말하면 앉는다. 분명 강아지와 나는 소통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강아지의 이런 행동이 사람과 소통했다는 증거일까? 소통은 어떤 사실이나 생각, 정보를 남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동물의 행동 중 대부분은 특별한 의미 없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강아지의 눈빛은 단순히 주인을 바라본 것에 불과하고, 키스는 어미에게 먹이를 요구하는 본능적인 행동일 뿐이다. 어떤 단어를 알아듣고 행동하는 것 역시 소통이라기보다는 반복적인 자극에 의한 반사에 불과하다.

 

동물과 사람이 소통하기 어려운 이유는 유전자부터 비롯된 언어능력 차이 때문이다. 사람은 ‘언어 유전자’라 부르는 ‘FOXP2’가 변이돼 고도로 언어능력이 발달했다. 몸짓, 소리, 냄새 같은 단순한 언어만 쓰는 동물과 사람,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플리커 제공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우리도 이미 동물언어를 많이 알고 있다. 개는 위험할 때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다가 상대가 자기보다 세다고 판단하면 귀를 뒤로 젖히고 입술을 수평으로 당긴다.

상대와 싸우겠다는 판단이 들면 귀를 앞으로 향하고 코에 주름을 모은다.

- 플리커 제공

 

 

 

사람과 동물의 소통법 연구의 첫걸음은 동물언어의 이해다.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면 동물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 꿀벌이 8자를 그리며 춤을 추는 행동은 100m 밖에 꿀이 있다는 것을 알린다. 고릴라는 가슴팍의 두꺼운 근육을 쾅쾅거리며 ‘드러밍’ 할 때는 경고의 의미를, 쇄골을 가볍게 붕붕거리며 칠 때는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며 각각의 행동이 갖는 의미를 연구하는 학문을 ‘동물행동학’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동물언어로서 의미 있는 행동을 관찰해야하기 때문에 제인구달 같은 동물행동학자는 침팬지 행동연구에 평생을 바치기도 했다.

 

행동연구에 성이 차지 않은 사람들은 ‘뇌파’까지 넘보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의대 유승식 교수와 고려대 뇌공학과 민병경 교수는 사람의 뇌파를 추출해 쥐의 뇌에 전달해 꼬리를 움직이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아바타 프로젝트’라고 한다.

 

아바타 프로젝트의 1단계는 BCI다. 이는 ‘Brain-Computer Interface’의 줄임말로 뇌파를 컴퓨터에 전달하는 장치를 말한다. 모니터에 깜빡이는 빛을 보면 뇌 뒤쪽에서 ‘SSVEP’가 발생한다. SSVEP는 ‘정상상태시각유발전위’라고 하며 빛의 깜빡임과 같은 주파수의 뇌파를 가리킨다. 머리에 설치한 뇌파 탐지기를 통해 SSVEP가 컴퓨터에 입력된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컴퓨터의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CBI.
a. 초음파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레이저
b.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트랜스 듀서
c. 초음파를 전달하는 물
d. 컴퓨터의 신호를 전달받는 쥐
- 고려대 뇌공학과 민병경 교수 제공

 

 

 

아바타 프로젝트의 2단계는 CBI다. 이는 ‘Computer-Brain Interface’의 줄임말로 컴퓨터가 뇌로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를 말한다. 컴퓨터가 SSVEP를 입력받으면 ‘트랜스듀서’에서 초음파가 발생한다. 초음파는 물로 된 길을 지나 쥐 뇌의 시상에 도달한다. 그러면 쥐는 꼬리를 움직인다. 사람의 뇌파가 언어로 쓰인 셈이다.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민병경 교수는 “아직 사람 뇌에서 발생한 단일한 신호를 쥐에게 전달해 움직이게 하는 수준이다”라며 “하지만 뇌공학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의 신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행동학을 통해 동물언어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뇌공학으로 사람의 뇌파를 동물에게 전달하는 소통법 연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동물과 더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자세한 내용은 ‘어린이과학동아’ 6월 1일자 특집 기사에서 만날 수 있다.

 

 

 

어린이과학동아 최새미 saemi@donga.com